Essay
국토의 품을 느끼며 걸었던 백두대간 종주
얼마전 백두대간의 긴 여정을 마쳤다. 지금은 여유롭게 회상하고 있지만 그 일을 진행할 때는 매우 벅찬 느낌으로 대했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물줄기에 의해 끊기지 않고 하나로 이어진 산줄기를 말한다.
우리 국토를 산줄기로 이해한 개념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 여암 신경준(申景濬:1712~81)이 저술한 산경표에 잘 나타나 있다. 그것은 우리 국토에 존재하는 산을 족보처럼 줄기로 연관지어 기술한 것인데 그 전체 산들의 골격을 이루는 등줄기가 백두대간이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그 줄기는 낭림산,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을 거쳐 태백산에 다다른 뒤 남서쪽으로 기운을 틀어 소백산, 대야산, 속리산, 덕유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구간이다. 거리는 1400㎞에 이르며 남한 구간은 735km이다.
우리는 산경표를 토대로 선조들이 우리 국토의 산과 지형을 하나의 체계로 인식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에 따르면 한반도의 산줄기는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정간은 강을 수반하지 않는 산줄기를 의미하며 장백정간이 유일하다. 그리고 13정맥은 청북정맥, 청남정맥, 해서정맥, 임진북예성남정맥, 한북정맥, 낙동정맥, 한남금북정맥, 한남정맥, 금북정맥, 금남호남정맥, 금남정맥, 호남정맥, 낙남정맥이다.
백두대간을 종주한 것은 내가 살아오면서 했던 어떤 것보다 장하게 여겨지는 일이다. 하지만 재작년 처음 대간 종주를 결심할 때는 벅차고 아득하게 느껴졌었다. 대부분 차량을 이용하는 오늘날 수백키로미터를 걷는 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일을 시작한 것은 그만큼 해볼 만한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백두대간 종주를 하고자 한 것은 첫째로 자연의 온전한 품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농가에서 태어나 자연을 몸으로 느끼며 자라왔지만, 내가 자라난 그 곳은 도시로 변했고 서울로 올라와 살기 시작하면서 그와 다른 도시환경 속에 살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건조하고 기계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은 자연의 오묘함으로부터 일깨워질 수 있는 감각이 퇴화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러한 상황은 결국 현대인의 자아 상실과 연계되기도 한다.
산은 도시 문명이 닿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고 자연의 섭리에 따른 운행과 생명의 작용에 의한 신비로움을 간직하여서 시시각각 새롭고 생동감 있는 풍광을 띤다. 쏟아질 듯한 별이 총총히 빛나는 밤하늘이나 어둠속에서 밝아오는 새벽의 환희, 황홀한 일출, 각기 다른 계절에 수목의 변화, 생명의 감각 등을 경함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자연 환경은 잊혀졌던 감각을 일깨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신적 생기도 회복 할 수 있게 한다.
둘째 한국 전통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자연 조건의 상징이자 인문적 기반이 되기도 한다. 백두대간과 정맥들은 국토의 산줄기 일뿐만 아니라 물줄기〔水界〕를 구분 짓는데, 물줄기 산줄기는 국가의 경계이거나 고장과 고을의 경계이자 삶터의 조건이 되기도 했다. 옛날 사람들은 고을을 형성하거나 건축을 함에 있어 우선 자연 조건을 살펴 그 입지에 적합하도록 했다. 그러한 생각은 풍수지리설과도 같은 맥락으로서 그것이 규범처럼 적용되기도 했다. 대간 줄기의 큰 산들은 고찰의 의지처이기도 해서 지리산, 소백산, 태백산 등 명산에는 고찰이 많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어느 고장이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장 주변에 있는 명산의 정기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산은 오늘날의 도시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즉 도시의 배경이 되어 수려한 경관을 이루어내고 고장 마다 개성 있는 풍광과 인상을 이루어 낸다.
셋째 산에 대한 친근감과 걷기의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우리 국토 전체를 아우르는 백두대간을 종단해 걷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거리도 멀거니와 험한 구간을 지나야 할 때도 많아서, 시작할 때는 정말 그렇게 힘든 일을 감당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리고 진행 중에도 앞으로 남은 구간들이 얼마나 험한지 그리고 무사히 지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었다. 그런데 여러 구간을 진행하는 동안 먼 거리를 걸을 수 있는 체력과 인내심이 길러졌다. 아무리 험난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자연에 순응해야 하는 것이 산행의 기본적인 자세이다.
막막하던 여정에서 마침내 마지막 구간을 걷게 되었을 때는 종주를 해낸 설레임과 동시에 아쉬움도 느껴졌다. 진부령 너머로도 대간 줄기가 이어져 갈 것이고 걷다보면 그 시작점인 백두산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분단 상황을 현실로 인식하게 될 뿐이었다. 대간 종주 후 일상으로 돌아온 가운데 문득 힘겹게 걸었던 그 순간들을 생각한다. 그런 때마다 걸었던 곳들이 그립기도 하다. 언제 틈이 생기면 그리움을 안고 그 길을 홀로 한가히 찾아가 다시 걷고 싶다 .
(김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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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환
2013.02.07일 오후.... 그 옛날의 기억으로 찾아주신 님과의 대화속에서 너무 잊고 지내던것이 기억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대간을 걷고 정맥을 걸으시면서 나 아닌 다른 분들은 어떤생각을 하였을까 !!! ....... 육체는 다가오는 순간에 따라 힘들었겠지요 ! 맞다.. ^^ 정신적으로도 여러 현상들이 반복되었지요. 쭈삣, 몽롱, 아찔, 공허.... 몇써 몇년이 흐르고 나서 님과 함께 얘기하는 시간은 기쁨, 행복감 뿐이네요... 어제 얘기할때도 행복했지만, 지금 님의 글을 읽어보면서 2000년도 대간을 걷던 그 시절로 돌아간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을수있도록 기록 남겨놓으신것에 감사드립니다. ^^
12 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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