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 건축사협회 직능성 발휘를 통한 위원회 활성화 방안
1. 건축사 협회의 성격과 잠재력
건축사협회는 건축사라는 전문적 능력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된 단체이다. 건축사가 건축분야의 최고 전문가임은 객관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사실이다. 실질적으로 건축과정의 핵심적 역할인 설계행위에 의해 건축의 상품 가치가 달라지게 된다. 나아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한 건축 설계행위의 중요성 때문에 법에 의한 자격을 갖추게 하고 그 자격을 갖춘 사람이 설계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 건축사에 관한 법률이 규정되어 있는 것만 보아도 그 역할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근래 들어 그런 회원들의 마음속에서는 그런 자부심보다도, 현실로부터 일종의 패배주의 심리가 커져가는 듯 보인다. 타 분야 사람들로부터 여전히 괜찮은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인식되는 시선을 느낄 때도 있지만,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직시할 때의 모습은 그렇지 못한 게 대다수 회원이 갖고 있는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건축사가 설계하고 허가를 내어 지어진 많은 건물들 가운데는 건축 본질을 도외시한 채 건축주의 천박한 자본주의 관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도 많다. 건축사 각자는 실무 활동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도 많지만, 건축주들의 설계를 건축 행위에 필요한 도구처럼 여기는 그릇된 인식으로 실제 능력을 펼쳐 보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를 안타깝게 할 때가 많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건축사 스스로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그 본연의 직능으로서 사회와 관계 맺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풍토조성을 앞당기기 위해 본연의 자세를 견지하는 활동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근래 분양가가 높아진 아파트에서 상품으로서 경쟁하는 추세가 생겨나듯이, 언젠가는 모든 건물에 건축의 본질에 가치 실현을 목표로 작업을 요청해오는 때가 있을 것이다.
내가 80년대 건축사가 되고픈 꿈을 꾸던 시기에, 건축사는 명실공히 건축분야의 최고 전문가로서 자리매김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짧다고만 할 수 없는 세월이 지난 지금, 협회에 대한 느낌은 입회 때와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비춰진다. 건축사의 위상은 건축창작의 길을 향해 꿈을 꾸던 그 본연의 모습을 간직함으로서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협회는 건축사가 본연의 참 모습으로 활동할 수 있는 풍토가 되도록 목표를 삼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건축의 본질적 가치가 실현되고 회원 각자가 갖고 있는 자부심과 잠재 능력을 건강하게 발휘할 수 있도록 협회가 앞장서 활로를 열어가는 것이 협회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일 것이다. 그러나 협회가 처한 현실을 보면 전체 회원의 호응을 받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현재 협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짚어보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2. 현재 협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
1) 집행부와 회원간의 유대 부족
현재 협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회원과 협회와의 유대 부족이다. 과거에는 직접적으로 협회와 관련된 일이 많았기에 협회와 회원간에 소속의식과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제도가 모두 없어지고 난 후로는 협회에 직분을 맡은 사람이 아니면 볼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협회에 직분을 맡은 사람이 아니면 최소한의 소통도 없이 회비만 꼬박꼬박 내는 꼴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시간이 갈수록 집행부와 회원들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그 거리가 생기는 것은 협회가 소수의 집행부 인원에 의해 운영되면서, 대다수 회원들과 소통되는 경로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원들이 협회 일에 무관심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무관심은 관심을 가질만한 일이 없기 때문일 수 있지만 집행부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냉소적인 마음이 작용하는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 불신의 벽이 생기고 더욱더 거리가 생기며 또한 서로 무감각해질 수 있다. 그러나 협회는 전체 회원이 모두 참여하고 고민하고 걱정하고, 앞날에 희망을 갖고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밝은 앞날을 설계하기 위해 같이 고민하는 그런 모습을 잃어버린지 오래이다. 또한 본질적 고민을 툭 털어놓고 알리고 해결책을 토의할 수 있도록 문제에 관한 말을 꺼내는 사람도 없다. 협회지에는 비판하는 말도 들리지 않는다. 협회지에 발표하고자 하는 비판적 논조의 글은 마치 독재시대 권부에서 사전 검열하여 배제시키듯이 배척된다. 그래서 건전한 언로마저 막혀버린 가운데 회원들과 협회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그러면서 집행부는 문제를 망각한 채 타성에 젖어 임기를 채우기 쉽다. 이것이 평소 내가 느끼는 협회의 모습이다. 오해일지 모르겠지만 집행부는 무관심한 환경을 멋대로 운영하기에 편리하게 여기는 듯,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의구심마저 들 때가 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되면 협회는 회원의 호응이 전혀 없는 식물인간처럼 되게 된다. 어쩌면 현재 우려대로 그런 사태에 직면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위험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전체 회원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이 자주 열려야 한다.
현재 협회에 나타난 또 다른 큰 문제는 협회가 어려움에 직면해도 그것을 위기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질타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애써 모른 채하고 있거나 무시하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동안 그런 불만을 갖고 있던 회원들중 일부가 새건축사협회를 결성을 추진했다. 협회 자체 안에서 개선될 희망을 가질 수 없어 새건축사협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것은 우리 협회가 직격탄을 맞은 일일 것이다. 적어도 집행부는 그 사안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행동했어야 할 일이었다. 협회로서는 마땅히 심각한 자기 반성도 해보아야 할 시점이었다. 그러나 아무런 공식적 움직임도 없었다. 그것은 위기가 와도 위기를 의식하는 의식이 없던가, 반성하고 책임지는 양식이 없던가, 자존심을 버리고 애써 모른 채 할만큼 비열하거나 그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그 후 협회는 아무런 토론도 심각한 고민도 외부에 대한 어떤 공식적인 말도 하지 하지 않은 채 지나왔다. 그런 점이 외부에서는 자존심이고 뭐고 정말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처럼 비춰질 것이다. 새건축사협회 용어에서부터 우리 협회 구성원들은 구태의연한 사람들로 비춰지게 하고 있다. 그러나 침묵하는 대다수 회원들의 사고가 정말로 진부하고 그런 사고로 영업활동에 나서는 사람들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우리 건축사 회원 가운데는 정말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서 협회 일에 대해 애써 무관심한 다수가 있다. 그들이 무관심은 사실 아무 관심이 없기보다 협회에 충고를 할 의욕조차 잃어버린 낙망과 비판적인 의식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협회는 각기 다른 의견을 갖은 사람들이 모여 다른 사람의 지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갑론을박해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내는 장이 되어야 생명력을 지닐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언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분위기와 제도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 협회가 안고 있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협회 내 문제들을 들춰내고 대다수 회원들과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는 장이 열려야 한다.
2) 협회의 위상 약화와 대외 활동력 저하
과거 건설부 정책이 건축사협회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클때는 협회가 그쪽 눈치를 살피고, 평소 건설부의 지침을 건축행정에 반영하기 위해 조율하고, 또 협회에서 선임된 회장을 건설부에서 승인하는 관계 속에 있다 보니 그들로부터 마치 협회가 그들의 산하 기관처럼 인식하는 좋지 못한 점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규정이 모두 없어진 지금은 협회가 중심을 잡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근래 건축사협회의 대외적 위상은 더욱더 약화돼 보인다. 정부의 관련부처에서는 회장이 나타나도 윗선에서 잘 면대해주지 않는다고 들었다.
우리의 위상을 높이려면 건축사가 본연의 창작정신으로 이 사회에 세워지는 건축물 모두가 건축적 가치가 구현될 수 있는 풍토를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의 바른 가치확립에 대해 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해 가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풍토가 하루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협회를 대표하는 회장이 앞장서 관계 요로의 힘을 모으고 그 입장을 전파하는 활동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협회의 대외적 역량을 키우고 대외적 신망을 얻는 것은 개개인의 역량 및 인품과도 관계되기 마련이다. 협회가 회원들의 힘이 될 수 있으려면 좋은 사람이 회장에 선임되어 대외 활동에서 신망을 얻어 나가야 할 것이다.
3) 커지는 회원간의 반목
지금 협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회원들로 구성된 협회가 유기적 유대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소리 없이 반목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협회 가입마저 자유롭게 된 현실에서 뭉치게 하는 기회는 없고 점점 더 갈라지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특검제 같은 준 공무원 같은 활동을 하는 것이 그러한 인상을 갖도록 자초하고 있는 꼴이다. 특검제는 처음엔 순기능을 발휘하는 측면이 있는 듯 보였다. 일과 연관된 업자들이 현장에서 불법을 자행하며 건축사에게 묵인하도록 요구하는 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간적이나마 그 제도로 인해, 그러한 관행이 시정되는 순기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살펴보면 그 시행으로 인한 문제가 더 많아졌다. 특검제는 공무원들의 책임을 떠맡는 일로서 공무원들에게 그들의 보조원처럼 생각하는 잠재의식이 생겨나 건축사의 위상이 심히 훼손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제도로 인해 회원들간의 불신과 알력이 생겨나고, 회원으로 구성된 협회 분위기는 더욱더 척박해지고 있다. 같은 건축사이면서 상전이라도 된 듯 회원이 회원에게 위세를 부리는 풍토가 생겨나고 있다. 남을 지적하는 위치에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우월감이 생겨 날 수 있다. 지적할 것이 발견된다고 해서 정말 남을 무시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입장을 바꿔 놓고 보면 누구나 다 똑같이 부족한 면이 눈에 띠게 마련일 것이다. 회원 상호간에 반목을 야기시키고, 특검자의 부조리 문제도 제기된 상황은, 과거에 문제시되었던 공무원 부조리보다도 훨씬 잘못된 일이다. 건축사의 명예를 위해서도 그 제도는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협회는 정부에서 전문직 고소득 그룹에 포함하여 거론되며 대중은 건축사를 돈 잘 버는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모두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먹고살기 위해 거리로 나가 아무 일이나 하는 꼴이 되어서는 안되다. 관에서 계속 시행하겠다고 하더라도 협회 차원에서 못하겠다고 해야 한다. 건축사 상호간의 삿대질로는 건축사의 위상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건축사의 자질에 관한 것은 면허를 받은 이상 제도로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초심으로 되돌아가 각자가 올바른 건축인의 이상과 열정을 되찾는 노력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3. 위원회 활성화를 통한 개선 방안
1) 위원회 활동을 통한 협회 직능성 제고와 사회적 영향력 확대
사회에서 각종 전문가들 단체로 구성된 협회는 이권 단체 이미지가 강하게 비처질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대중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요소가 아니다. 대 사회적 이미지를 제고 할 수 있는 길은 이권단체 이미지가 아니라 전문가로서 직능을 통해 대중에게 그 존재의 필요성을 인정받는 길이다. 그리고 건축사가 사회에서 소중하고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활동영역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정관제31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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